[경제일보]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4년 12월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이는 단순한 통계상의 변화가 아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복지 지출 증가, 재정 부담 확대, 세대 간 갈등이 구조적으로 심화한다는 경고다.
문제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충분히 예고됐는데도 국가의 대응이 여전히 더디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과 노인 돌봄은 정권의 성과나 선거용 공약으로 다룰 사안이 아니다.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다.
국민연금 개혁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개정된 국민연금법에 따라 보험료율은 올해 9.5%로 오른 데 이어 2033년 13%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소득대체율도 올해부터 43%로 조정됐다. 그러나 보험료율 인상만으로 장기 재정 안정이 확보됐다고 볼 수는 없다.
고령화로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는 줄고 연금을 받는 인구는 늘어나는 구조를 고려하면 추가 개혁 논의를 미룰 수 없다. 수급 개시 연령 조정 여부도 정년과 고령자 고용 여건 개선을 함께 논의하며 사회적 합의를 찾아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미 확정된 개혁 일정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추가 개혁의 방향과 세대별 부담 원칙을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재정 안정만 앞세운 개혁도 경계해야 한다. 노인 빈곤이 심각한 현실에서 연금 지출 억제에만 치중하면 공적연금의 본래 목적인 노후 소득 보장이 흔들릴 수 있다. 이번 개혁에 담긴 출산·군 복무 크레딧 확대와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을 차질 없이 시행하는 한편, 경력 단절 등으로 가입 기간이 짧은 계층의 사각지대도 줄여야 한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역할 역시 노인 소득 수준과 재정 여건을 함께 고려해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연금은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현재 노인의 기본적인 생활을 지키는 제도여야 한다.
돌봄 개혁도 더는 미룰 수 없다. 가족에게 노인 부양의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초고령사회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핵가족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지역 공동체 약화로 가족 돌봄의 여력은 줄고 있다.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 3월 27일 전국 시행에 들어간 만큼, 이제는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의료·요양·주거·복지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지역별 예산과 인력, 의료 인프라 격차를 줄여야 한다. 공공 요양·재가 돌봄 기반을 확충하고 민간 돌봄기관의 품질 평가와 회계·인력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 돌봄 종사자의 임금과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지 않고서는 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
개혁의 책임은 법을 통과시키거나 제도를 출범시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부담 논의를 피하거나 재원 대책 없는 복지 확대를 약속하는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연금의 추가 개혁은 청년과 노인, 노동계와 경영계가 참여하는 공개적인 사회적 논의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추계와 돌봄 수요 전망, 예산·인력 투입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국회도 예산을 승인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매년 점검해야 한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예고 없이 닥친 재난이 아니라 충분히 예상된 변화였다. 그럼에도 준비가 부족했다면 책임은 정책을 설계하고 입법을 맡아온 정부와 정치권에 있다.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는 더 큰 보험료와 세금은 물론 가족 돌봄의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국민연금 개혁은 보험료율 인상이라는 첫 조치에 안주하지 말고 재정 안정과 적정 노후 소득을 함께 지키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통합돌봄도 법 시행을 성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제도가 국민의 삶을 바꾸는 수준에 이르도록 재정과 인력을 책임 있게 뒷받침해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 세대 간 책임을 다할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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