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KCC가 미국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 인수를 마무리한 지 7년이 지났다. 건자재와 도료로 성장한 회사에서 실리콘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재기업으로 사업구조가 바뀐지 오래다. 다만 외형 확대와 투자 성과는 구분해야 한다. 인수 이후 잔여 지분 매입과 추가 출자가 이어진 만큼, 기술과 판매망 확보가 투입 자금에 걸맞은 수익으로 연결됐는지가 평가의 기준이다.
19일 KCC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리콘 외부매출은 1조6914억원으로 연결 매출의 49.5%를 차지했다. 그러나 부문 영업이익은 398억원으로 전년 동기 615억원보다 35.2% 줄었다. 매출의 중심축을 옮겼어도 이익의 무게중심까지 옮기지는 못했다.
건자재에서 실리콘으로…성장 방식도 바뀌었다
KCC의 출발점은 1958년 설립한 금강스레트공업이다. 건축자재 생산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2000년 고려화학을 흡수합병하면서 건자재와 도료를 아우르는 사업구조를 갖췄다. 2005년에는 사명을 KCC로 바꿨다. 모멘티브 인수는 해외 기업의 기술과 생산시설, 고객 기반을 한꺼번에 확보하는 선택이었다. 국내 산업의 성장에 맞춰 소재를 공급하던 회사가 해외 사업 운영과 인수금융 관리까지 떠안는 구조로 바뀌었다.
KCC가 참여한 컨소시엄은 2019년 약 30억 달러 규모의 모멘티브 인수 거래를 마무리했다. 당시 KCC가 확보한 지분은 약 45.5%였다. 이 금액은 KCC 단독의 지분 인수대금이 아닌 컨소시엄 전체 거래 규모다.
실리콘은 건축용 실란트부터 자동차·전자기기·화장품용 소재까지 쓰임새가 넓다. KCC에는 건설 경기 의존도를 낮추고 고기능 소재로 사업을 확장할 기회였지만, 세계 시장의 공급과잉과 원료가격 변동까지 피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었다.
상장 대신 지분 인수…통제권과 부담을 함께 확보
인수 이후에는 지배구조를 정비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KCC는 모멘티브 상장을 검토했으나 2024년 잔여 지분 인수로 방향을 바꿨다. 당시 회사는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5월 모멘티브 인수 지배회사인 MOM홀딩컴퍼니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완전 자회사화는 의사결정을 단순화하고 사업 통합을 추진할 여지를 넓혔다. 반면 외부 투자자가 보유하던 지분을 사들이는 데 추가 자금이 필요했다. 지배력 확대 자체가 비용 절감이나 신규 매출을 뜻하지는 않는다. 통합 이후 구매·생산·판매 과정에서 얼마나 이익을 늘렸는지가 별도의 검증 대상이다.
자금 투입은 지분 매입으로 끝나지 않았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KCC는 지난해 MOM홀딩컴퍼니에 1조1030억원을 추가 출자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511억원을 투입했다. 인수 이후에도 모회사 차원의 자금 투입이 이어지고 있다.
KCC는 지난해 7월 보유한 HD한국조선해양 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6억5000만달러 규모의 교환사채도 발행했다. 보유 자산을 활용한 조달은 유동성 대응 수단이지만, 실리콘 사업 자체의 현금창출과는 다르다. 교환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채무이기도 하다.
실리콘의 성적표는 매출보다 현금에 있다
올해 상반기 도료와 건자재의 영업이익은 각각 943억원, 649억원이었다. 두 부문 합계는 실리콘의 약 네 배다. 실리콘의 외형은 커졌지만, 기존 사업이 이익을 뒷받침하는 구조는 여전하다. 다만 부문 영업손익과 금융비용 등을 반영한 MOM의 순손익은 기준이 달라 구분해야 한다.KCC는 고부가 소재 확대와 사업 통합을 추진해 왔다. 공시에 따르면 KCC실리콘은 지난해 1월 모멘티브코리아를 역흡수합병했다. 지배구조 정비에 더해 양사의 제품을 함께 제안하는 시장 공략도 진행했다.
KCC와 모멘티브는 2024년 6월 독일 전력반도체 전시회 ‘PCIM Europe’에 함께 참가해 반도체 소재와 실리콘 제품을 선보였다. KCC 관계자는 “미래 산업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전기차 분야와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응 가능한 다양한 유∙무기∙실리콘 소재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멘티브 인수 이후 실리콘은 KCC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업으로 커졌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도료·건자재 두 부문 합계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외형은 실리콘이 이끌지만 이익은 기존 사업이 뒷받침하는 구조다.
여기에 MOM홀딩컴퍼니에 대한 추가 출자가 이어지면서 KCC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실리콘의 투자 부담도 감당해야 한다. 모멘티브 인수로 확보한 기술과 해외 고객 기반을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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