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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금리 3% 동결, 한은의 숨 고르기와 정부의 숙제

송정훈 기자 2026-10-22 11:36:10

두 차례 인상 효과 점검 속 물가·금융안정 경계…금리만으로 풀 수 없는 구조적 과제

[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뒤 인상 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한 차례 숨을 고른 것이다. 그러나 이번 동결을 긴축 종료의 신호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물가 상승 압력과 가계부채 부담이 여전한 데다 환율과 대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지만 자영업자와 취약 차주가 체감하는 금융 부담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번 결정은 한국 경제가 처한 복잡한 현실을 보여준다. 금리를 더 올리면 물가와 자산시장 과열에 대응할 여지가 커지지만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도 늘어난다. 반대로 금리를 내리면 차입 비용을 낮추고 내수를 뒷받침할 수 있으나 가계대출 확대와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이 아니다.
 
금통위가 이번에 주목한 것은 앞선 두 차례 인상의 파급효과다. 7월 16일 연 2.50%에서 2.75%로, 8월 27일 다시 3.00%로 올린 금리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단기간에 0.50%포인트를 인상한 만큼 추가 조치에 앞서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다만 동결이 곧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거나 금융 불균형이 심화한다면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경기 여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한다면 다른 판단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금리의 향방을 미리 단정하는 일이 아니라 경제지표와 위험 요인에 따라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고민은 성장과 물가의 흐름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데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성장 전망이 개선되고 내수에도 회복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회복의 온기가 경제 전반에 고르게 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출 대기업과 내수 중심 중소기업, 안정적인 소득을 가진 가계와 빚 부담이 큰 자영업자의 사정은 다르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효과도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같은 금리 수준이라도 부채가 적은 기업에는 감당할 만한 비용이지만, 차입 의존도가 높은 자영업자에게는 생존을 좌우하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충격이 어디에 집중되는지 살펴야 하는 이유다.
 
환율 문제도 단순하지 않다. 원·달러 환율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뿐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의 위험 선호, 미국의 통화정책, 에너지 가격과 자본 흐름 등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금리를 올린다고 원화 가치가 반드시 안정되는 것도 아니고, 금리를 내린다고 곧바로 환율이 급등하는 것도 아니다.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무리하게 운용한다면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에 예상하지 못한 부담을 줄 수 있다.
 
결국 금리 하나로 물가와 환율, 가계부채와 내수를 동시에 안정시키겠다는 기대부터 버려야 한다. 한국은행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을 수행하되, 정부가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까지 떠안을 수는 없다.
 
가장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가계부채 관리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되살아나고 소득 증가 속도를 웃도는 대출 확대가 이어진다면 통화정책의 부담은 커진다. 금리가 높아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면 차입 수요는 쉽게 줄지 않는다. 반대로 금리 부담만으로 주택 수요를 억누르려 한다면 실수요자와 취약 차주가 먼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부는 주택 공급과 대출 규제,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을 일관되게 운영해야 한다.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를 급격히 완화하거나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어렵다. 상환 능력에 맞는 대출 관행을 정착시키고,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자극하지 않는 공급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취약 차주에 대한 대응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인 매출 감소나 경기 부진으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게는 채무조정과 재기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회생 가능성이 낮은 부실까지 반복적인 만기 연장과 신규 대출로 덮는 것은 문제를 뒤로 미루는 일이다. 금융지원은 정상화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부문에는 질서 있는 정리와 전환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재정정책 역시 통화정책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활용하더라도 그 효과가 일시적인 소비 확대에 그치거나 가계부채와 자산가격의 불안을 키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재정 여력을 어디에 투입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성장세를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하는 일이 시급하다. 인공지능과 로봇, 바이오, 에너지 등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 여건을 개선하고, 중소기업의 기술 혁신과 인력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 노동시장과 인허가 제도, 규제 체계의 비효율도 개선해야 한다. 성장잠재력을 높이지 못한다면 금리를 낮춰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한국은행과 정부의 역할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중앙은행은 정치적 요구나 단기적인 시장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경제지표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정부는 통화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키지 않도록 재정·금융·주택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성장과 물가, 금융안정 사이의 균형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시장과 경제주체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금리 동결을 저금리 시대로 돌아가는 출발점으로 해석해 무리하게 대출을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 가계는 변동금리 대출과 상환 일정을 점검하고, 기업은 차입 만기와 현금흐름을 관리해야 한다. 투자자 역시 금리 전망만을 근거로 빚을 활용한 위험자산 투자를 확대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특정한 금리 수준보다 앞으로의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태도다. 금리가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면 부채를 줄여야 할 시기에 오히려 차입이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추가 인상 가능성만 과도하게 부각되면 소비와 투자가 필요 이상으로 위축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정책 판단의 기준을 명확히 설명하면서도 특정한 금리 경로를 섣불리 약속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경제의 연착륙은 기준금리 동결 한 번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물가와 금융안정을 지키면서 취약계층의 충격을 줄이고, 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독립적인 통화정책으로 경제의 균형을 지키고, 정부는 구조개혁과 재정·금융정책을 통해 그 부담을 나눠야 한다.
 
이번 동결은 경제의 위험이 사라졌다는 선언이 아니다. 앞선 긴축의 효과를 확인하고 다음 정책을 준비할 시간을 확보한 결정이다. 그 시간을 부채 확대와 단기 부양에 허비한다면 다음 금리 결정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연착륙의 성패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어디까지 올리느냐보다 정부가 구조적 문제를 얼마나 바로잡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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