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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드러낸 PHP 치명적 보안결함…전 세계 웹사이트 비상

선재관 기자 2026-10-22 08:23:32

인증 없이 원격 코드 실행 가능한 취약점 2건…위험도 각각 9.2점  

네덜란드 정부 사이트 예방적 중단…KISA도 보안 업데이트 권고

PHP 치명적 결함 발견"…KISA, 보안 업데이트 권고[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웹사이트를 구동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PHP에서 로그인 없이 서버에 악성 코드를 실행할 수 있는 취약점이 공개돼 각국 기관과 기업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AI를 활용한 보안 연구진이 오래된 결함의 실제 공격 가능성을 입증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네덜란드에서는 일부 정부 웹사이트가 예방 차원에서 운영을 중단했고, 국내에서도 보안 업데이트 권고가 나왔다.

PHP 개발진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핵심 엔진에서 발견된 취약점 두 건을 수정한 보안 업데이트를 배포했다. 'PHP2Shell'로 불리는 이번 취약점의 식별번호는 CVE-2026·109618과 CVE-2026·109619다. 공통취약점평가시스템(CVSS) 4.0 기준 위험도는 각각 10점 만점에 9.2점이다. 두 취약점 모두 인증 없이 원격 코드 실행이 가능하며, 공격에 성공하면 민감한 정보가 노출되거나 서버가 장악될 수 있다.

문제는 PHP가 웹 요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메모리 부족이나 치명적 오류를 만났을 때 발생한다. 첫 번째 취약점은 메모리 부족 상황에서 불완전하게 초기화된 내부 데이터가 정상 데이터처럼 처리되는 결함이다. 다른 취약점은 치명적 오류 이후 이미 해제된 메모리를 다시 참조하는 문제다. 이런 결함을 악용하면 서버 내부 정보를 빼내거나 공격자가 보낸 코드를 실행할 수 있다.

PHP 개발진은 웹 요청을 처리하는 PHP 설치 환경 전반을 점검 대상으로 제시했다. 특히 아파치 웹서버에 PHP를 결합한 'mod_php' 환경에서는 기본 설정에서도 애플리케이션 코드가 실행되기 전에 공격이 가능한 사례가 확인됐다. 널리 쓰이는 PHP-FPM에서도 애플리케이션 처리 경로를 통한 원격 코드 실행이 입증됐다.

특정 플러그인이나 개별 웹사이트의 개발 실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파급력을 키웠다. 보안업체 위즈는 워드프레스·드루팔·줌라 등 PHP 기반 플랫폼에서 인증 없는 원격 코드 실행을 재현했다고 밝혔다. 취약점의 영향 범위는 PHP 5.4 이상 버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래된 소프트웨어에 남아 있던 결함이 실제 공격 가능한 형태로 확인된 것이다.

PHP는 웹 전반에 널리 쓰인다. 웹 기술 분석업체 W3Techs의 지난 21일 기준 통계에 따르면 PHP는 서버 측 프로그래밍 언어를 식별할 수 있는 웹사이트의 69.3%에 사용된다. PHP 기반 콘텐츠관리시스템인 워드프레스는 전체 웹사이트의 39.6%를 차지한다. 실제 공격 노출 여부는 설치 버전과 서버 구성, 보안 업데이트 적용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발견에는 보안업체 캘리프와 오픈AI, 위즈 등이 참여했다. 오픈AI에 따르면 캘리프는 GPT-5.6 솔을 활용해 치명적 결함을 발견했고, 위즈도 독립적으로 두 취약점을 찾아 신고했다. 위즈는 제미나이 4 아르곤과 GPT-5.6 솔 등을 연구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AI는 결함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복잡한 공격 경로를 분석하고 실제 공격이 가능한지 검증하는 작업도 도왔다. 위즈는 서로 다른 PHP 버전과 설정, 메모리 구조에 맞춰 공격 코드를 조정하고 시험하는 과정에서 AI가 분석과 수정에 필요한 시간을 줄였다고 밝혔다. 취약점 발견과 방어에 쓰이는 AI가 공격 기술의 개발과 확산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래된 결함이 뒤늦게 드러난 배경에는 보안 유지·관리의 한계도 있었다. PHP 재단은 2024년 외부 보안감사 후속 조치 과정에서 메모리 부족과 관련한 결함의 단서를 찾았지만, 당시에는 구체적인 공격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정 방안마다 기존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 문제가 있었고, 핵심 개발인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대응이 여러 차례 지연됐다. 재단은 의사결정 방식과 자원 부족에서 비롯된 '구조적 실패'라고 평가했다.

실제 공격을 겨냥한 움직임도 관측됐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취약점 관련 정보가 공식 공개 전에 유출됐으며, 자사 고객을 겨냥한 공격 트래픽과 방어를 우회하려는 변형 시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웹방화벽을 통한 완화 조치를 제공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PHP 보안 업데이트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디지털 신원인증 서비스 디지디(DigiD)와 정부 포털 등 일부 웹사이트를 예방적으로 중단했다. 유럽연합 사이버보안 대응팀(CERT-EU) 등도 인터넷에 노출된 시스템을 우선 업데이트하고, 즉시 조치하기 어렵다면 외부 접속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권고했다.

국내에서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지난 21일 보안 업데이트를 권고했다. 수정 버전은 PHP 8.2.35·8.3.36·8.4.27·8.5.12다. 정규 보안 지원이 종료된 PHP 8.1 이하 사용자는 지원 버전으로 이전하거나 배포판·장기지원 업체가 제공하는 수정 패키지를 확인해야 한다.

워드프레스 공식 운영진도 이번 문제는 워드프레스 자체가 아닌 PHP 런타임의 취약점이라 별도의 워드프레스 업데이트는 예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업자는 업체의 PHP 업데이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웹사이트나 플러그인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더라도 기반 PHP가 수정되지 않으면 취약점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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