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블랙이글스가 하늘에 그림을 그릴 때 타는 항공기는 전투기일까. 국산 전투기라면 엔진도 모두 국내에서 독자 개발했을까. 에어쇼에서 만나는 항공기에는 화려한 비행만큼 흥미로운 기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름과 쓰임새, 엔진의 개발 과정을 알고 보면 비슷해 보이던 항공기도 다르게 보인다.
24일 사천에어쇼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개막한 ‘2026 사천에어쇼’는 25일까지 경남 사천비행장 일원에서 열린다. KF-21과 T-50 시범비행, 블랙이글스 곡예비행 등과 함께 항공기·장비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항공기 이름이다. 블랙이글스가 운용하는 T-50B는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바탕으로 만든 공중곡예기다. 전투조종사 양성을 위한 항공기가 계열 기종으로 확장돼 에어쇼에서도 활약하는 셈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50 계열은 임무에 따라 나뉜다. T-50은 고등훈련기, TA-50은 전술입문기, FA-50은 전투기, T-50B는 공중곡예기다. 이름과 외형이 비슷해도 조종사를 훈련하거나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등 쓰임새가 다르다. 기종명 옆에 적힌 역할을 함께 살펴보면 차이를 이해하기 쉽다.
두 번째는 항공기의 ‘심장’인 엔진이다.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시관에 나온 엔진은 모두 모형이다. 실제 작동하는 엔진은 아니지만, 적용 대상과 개발 단계를 살펴보면 국내 항공산업이 확보한 기술과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엿볼 수 있다.
먼저 국내 생산과 독자 개발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KF-21에 탑재하는 F414는 미국 GE가 설계한 엔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GE의 기술면허를 받아 창원에서 조립·시험한 뒤 납품한다. 국내에서 생산하지만 원천 설계와 지식재산권은 해외 제작사가 보유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F414 국내 생산은 설계를 보유한 GE의 기술면허를 받아 창원에서 조립·시험·납품하는 방식”이라며 “독자 개발은 설계·제작·시험 전 과정을 국내에서 수행해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설계 권한은 엔진을 개량하거나 수출할 때도 영향을 미친다. 회사 측에 따르면 F414는 성능 개량이나 제3국 수출 시 원 제작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엔진을 만들어 공급하는 능력에서 더 나아가 자체 설계를 확보하려는 이유다.
함께 전시한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 모형은 독자 개발의 진행 과정을 보여준다. 지난 7월 7일 창원1사업장에서 초도시제 지상시험 착수식을 열었으며, 현재 지상 시운전으로 성능과 신뢰성을 확인하고 있다. 개발을 마친 양산품이 아닌 시험 단계의 엔진이다.
향후 시험개발 과정에서 생산한 엔진을 항공기에 장착해 비행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탑재 대상은 KF-21과 연계 운용하는 저피탐 무인편대기 등이다. 현재 KF-21에 사용하는 F414와는 쓰임새가 다르다. 회사는 이 과정에서 확보한 코어 기술을 1만파운드급 엔진과 차세대 전투기용 첨단항공엔진 개발로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세 번째는 무인기의 역할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행사에서 단거리이착륙 무인기와 발사관 형태의 요격 드론 등도 소개했다.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무인기를 모두 같은 종류로 보면 차이를 놓치기 쉽다.
이름에도 단서가 있다. ‘단거리이착륙’은 이륙과 착륙에 필요한 거리에, ‘요격’은 상대 표적을 막는 임무에 초점을 둔 표현이다. 전시물을 볼 때 어떤 장소에서 출발하고 무슨 일을 하도록 설계됐는지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하늘에서 본 항공기의 이름을 지상 전시에서 찾아보는 것도 관람 방법이다. 조종사를 훈련하는 기체와 전투 임무를 맡는 기체, 현재 사용하는 엔진과 시험 중인 엔진을 비교하다 보면 짧은 비행 장면 뒤에 담긴 기술의 차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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