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고 강북권에서도 월 300만원에 달하는 고액 월세 거래가 늘면서 무주택자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 강북권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마저 처음으로 12억원을 돌파했고 향후 정비사업 이주 수요까지 더해진다면 전월세 시장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17만202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월세 거래는 8만7740건으로 51.0%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포인트 높아졌으며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으로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량은 전년 대비 27.5% 줄어 월세 감소폭(2.8%)을 크게 웃돌았다. 월세 물량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전세 물량이 빠르게 줄면서 임대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월세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월세가 전세보다 많이 거래되는 지역도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흐름이다. 지난해 1~9월 25개 자치구 가운데 월세 거래가 전세보다 많았던 곳은 △금천구 △종로구 △중구 △구로구 등 4곳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강남구 △강북구 △관악구 △광진구 △동대문구 △마포구 △영등포구 △용산구 △중랑구 등이 추가돼 13곳으로 늘었다. 중랑구는 같은 기간 월세 비중이 44.6%에서 64.9%로 20.4%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문제는 월세 비중 확대와 맞물려 실제 임차인이 부담하는 금액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6만1000원으로 1년 새 21만8000원 올랐다. 중위 월세 역시 같은 기간 12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상승했다.
강남권 위주였던 고액 월세는 강북권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원·도봉·강북구의 월 300만원 이상 아파트 월세 거래는 작년 1~9월 1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 총 12건으로 늘었으며 성북구 역시 10건에서 23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 전용 84㎡는 올해 3월 이후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0~315만원 수준의 계약이 4건 체결됐다. 성북구 길음뉴타운 4단지 e편한세상 전용 84㎡ 역시 지난해 3월 보증금 1억원, 월세 180만원 수준에서 올해 8월 보증금 1억원, 월세 300만원으로 올랐다. 은평구 응암동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전용 84㎡는 올해 9월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00만원으로 거래됐다.
특히 강북권에서는 월세 뿐만 아니라 매매가격도 빠르게 높아지면서 주거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KB부동산의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강북 14개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194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11억1831만원에서 7개월 만에 8000만원 이상 오른 것이다.
매매가격 상승으로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전세 물량까지 줄어든 만큼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수요자가 늘어날 여지가 존재한다. 여기에 향후 정비사업 이주가 본격화하면 임대차 수급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6월 말 서울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아직 착공하지 않은 정비사업장은 66곳으로 기존 가구 수는 4만8249가구다. 상당수가 향후 2~3년 안에 관리처분계획인가와 이주 단계로 넘어갈 예정이다.
멸실 예정 물량은 용산구가 8336가구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관악구 6652가구, 영등포구 6215가구, 송파구 5325가구, 서대문구 5232가구 순이었다. 상위 5개 자치구에 전체 물량의 65.8%가 몰린 만큼 같은 생활권에서 대규모 이주가 겹칠 경우 단기간에 전월세 수요가 급증할 수 있어 보인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같은 생활권에서 대형 구역의 이주가 겹치지 않도록 서울시와 자치구가 이주 시기를 조율하는 협의 체계가 필요하다”며 “전세임대와 매입임대 공급을 이주 시기에 맞춰 추가 공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이주 일정과 전월세 매물량과 가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정책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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