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가 다시 준비 수준을 검증받게 됐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8일 당정협의에서 추가 유예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과세 여건을 더 점검하기로 했다.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라진 거래 환경을 먼저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논의의 중심에 섰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협의 직후 “과세하자는 의견도 있고 몇 가지 보완하자는 의견도 있다”며 당 차원의 추가 점검을 거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는 유예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이 다수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시장의 특성과 거래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과세가 납세자의 불신과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해외 거래소 이용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숙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고시 일정도 쟁점이다. 조승래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장은 이달 말 준비 예정인 과세 관련 고시를 잠시 미루고 시행 여부부터 판단하자고 제안했다. 당정은 고시 시점도 확정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과세는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를 부과한다.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며 첫 신고·납부는 2028년 5월이다. 시행을 미루려면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유예론의 핵심은 같은 소득을 얼마나 공평하게 파악할 수 있느냐다. 국내 거래소에서는 사업자를 통해 자료를 확보할 수 있지만 해외 거래소와 탈중앙화거래소(DEX)는 정보 확보가 어렵다. 거래 장소에 따라 세원 포착에 차이가 생기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의 납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국제 정보교환에도 시차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 이행 약속 현황을 보면 한국은 2027년까지, 미국은 2029년까지 첫 정보교환을 시작하는 국가로 분류돼 있다. 국내 과세 개시와 주요 해외 시장의 정보 확보 일정이 맞물리지 않는 문제가 남아 있다.
손실 이월공제도 중요하다. 현행 제도에서는 한 해 손실을 다음 해 이익에서 빼지 못한다. 과세 시행 후 첫해 1000만원을 잃고 이듬해 같은 금액을 벌면 누적 손익은 0원이지만, 이듬해에는 기본공제를 제외한 750만원에 165만원의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날 협의에서는 가상자산 파생상품의 과세 분류와 실제 거래자료를 활용한 과세 시뮬레이션의 한계도 거론됐다. 2020년 제도를 설계한 이후 거래 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무엇을 소득으로 보고 손익을 어떻게 계산할지부터 구체화해야 한다는 문제다.
이미 세 차례 시행을 미뤘다는 점은 당정의 부담이다. 추가 유예가 필요하다면 기간과 함께 준비 과제의 완료 시점을 제시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해외 자료 확보 범위, 손실 공제 방식, 거래소 시스템 검증 일정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당정은 이르면 다음 주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논의의 관건은 시행일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납세자가 이해하고 거래소가 집행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는 것이다. 유예 기간을 과세 공백으로 남길지, 공정한 과세를 위한 준비 기간으로 만들지는 후속 보완책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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