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 전경.[사진=동아에스티]
[경제일보] 기존 약물로 발작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뇌전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생겼다. 동아에스티가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국내에 출시했다. 임상시험에서 발작 빈도 감소뿐 아니라 일정 기간 발작이 발생하지 않는 ‘완전 발작 소실’ 효과까지 확인한 치료제로 약물치료에 한계를 겪는 환자들의 치료 선택 폭을 넓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아에스티는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정을 국내 출시했다고 2일 밝혔다. 엑스코프리는 2025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산 41호 신약으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성인 뇌전증 환자 가운데 기존 항뇌전증약으로 발작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부분발작 환자에게 다른 약물과 함께 사용하는 부가요법 치료제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의 비정상적인 전기적 신호로 발작이 반복되는 만성 신경계 질환이다. 발작은 의식을 잃거나 몸을 떠는 증상뿐 아니라 이상 감각, 행동 변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발작은 낙상이나 골절 같은 신체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운전과 학업, 취업 등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 뇌전증 치료 환자는 약 36만명으로 추정된다. 상당수 환자는 약물치료로 발작을 조절할 수 있지만 약 30%는 여러 약물을 사용해도 발작이 지속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치료제로 발작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으면 약물을 추가하거나 변경해야 하며 환자에 따라 수술 등 다른 치료법을 고려하기도 한다.
뇌전증 치료의 목표는 발작 횟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발작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해 환자가 일상생활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존 약물로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는 새로운 치료 기전과 효과를 갖춘 약물에 대한 수요가 크다.
엑스코프리의 주성분인 세노바메이트는 뇌 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하고 신경계의 억제 작용을 강화하는 이중 작용기전을 갖고 있다. 나트륨 채널의 지속성 전류를 억제하고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의 작용을 강화해 발작을 조절한다. 하루 한 번 복용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용량을 단계적으로 늘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의 근거가 된 임상시험(Study 017)에서는 기존 항발작제로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성인 국소발작 환자 437명을 대상으로 세노바메이트의 효과를 평가했다. 세노바메이트 200㎎과 400㎎을 투여한 환자군의 발작 빈도는 기저치 대비 각각 약 55% 감소했다.
완전 발작 소실에서도 위약군과 차이를 보였다. 12주 유지기간 동안 발작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 비율은 200㎎군에서 11%, 400㎎군에서 21%였다. 위약군은 1%였다. 투여 용량에 따라 완전 발작 소실을 달성한 환자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한국·중국·일본의 성인 국소발작 환자 519명이 참여한 아시아 임상 3상(Study 035)에서도 유사한 효과가 확인됐다. 6주 유지기간 동안 완전 발작 소실을 달성한 환자 비율은 200㎎군 30.1%, 400㎎군 52.4%로 나타났다. 위약군은 2.6%였다.
다만 임상시험마다 환자 구성과 평가 기간, 시험 설계가 다를 수 있어 두 시험의 완전 발작 소실률을 직접 비교하기보다는 각 시험에서 위약군과 비교한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엑스코프리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과 함께 국내에 출시됐다. 기존 치료에도 발작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의미가 있다. 실제 치료 효과와 환자별 반응은 다를 수 있지만 치료 선택지가 확대되면서 의료진이 환자 상태에 맞춰 약물을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질 전망이다.
국내 공급을 넘어 해외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동아에스티는 2024년 1월 SK바이오팜과 한국을 포함한 동·서남아시아,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튀르키예 등 30개국에 대한 엑스코프리 라이선스 인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동아에스티는 SK바이오팜으로부터 완제의약품 생산 기술을 이전받고 해당 국가에서 제품 허가와 판매, 완제의약품 생산을 담당한다.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허가와 공급 기반을 확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엑스코프리가 뇌전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환자들이 발작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줄이고 안정적인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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