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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관 칼럼] 달리는 사람들, 멈춰 선 서울

선재관 기자 2026-11-04 14:35:15
광화문 마라톤 모습[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일요일 아침 서울 한복판이 막혔다. 광화문에서 올림픽공원까지, 상암에서 여의도까지 차가 다니던 길을 마라톤 참가자들이 채웠다. 지난 1일 열린 JTBC 서울마라톤이다. 선수와 운영진을 합쳐 약 3만5000명이 참여한 행사에 시내버스 190개 노선이 우회했다. 누구에게는 오래 준비한 축제였지만, 누구에게는 집 앞에서 길이 끊긴 아침이었다.

달리기가 유행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비싼 장비가 없어도 시작할 수 있고, 혼자 나가도 함께 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운동이 일상이 된 도시는 분명 건강하다. 그런데 러닝 열풍이 커질수록 다른 질문이 생긴다. 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도시는 얼마나 자주 멈춰야 하는가.

숫자는 이미 불편의 크기를 보여준다. 지난해 서울의 마라톤·러닝대회는 36개였다. 관련 시내버스 우회 노선 누계는 1437개로 전년 666개의 두 배를 넘었다. 서울시에 접수된 대회 관련 민원 1012건 가운데 893건이 교통통제에 관한 것이었다. 일부 운전자의 불평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규모다.

11월에만 서울에서 광역 교통통제가 예정된 마라톤이 일곱 차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내년 대회 코스와 일정을 원점에서 다시 협의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도 경찰 등 관계기관과 관리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뒤늦었지만 필요한 조치다.

주말 도로는 평일에 쓰고 남은 공간이 아니다. 부모를 돌보러 가는 사람도 있고, 장사를 준비하는 자영업자도 있다. 병원에 가야 하는 시민도 있다. 버스 노선 하나가 돌아가면 그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시간도 함께 늘어난다. 마라톤 참가자의 건강이 중요하듯 참가하지 않은 시민의 이동도 가볍게 다룰 수 없다.

그렇다고 도로를 자동차에만 내주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마라톤은 도시가 함께 즐기는 축제다. 이름난 대회는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지역 상권에도 도움이 된다. 시민들이 평소 자동차에 내줬던 거리를 직접 달리는 경험도 의미가 있다.

문제는 그 혜택과 비용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다.

행사에는 주최자가 있고 후원 기업도 있다. 참가비와 협찬금도 모인다. 그러나 도로를 통제하는 경찰과 버스 운행을 조정하는 지자체, 불편을 감수하는 시민의 부담은 별개다. 특히 마라톤은 지자체의 허가 대상이 아니고 교통통제 권한은 경찰에 있다. 행사를 여는 주체는 분명한데 시민 불편을 조정할 책임은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셈이다.
 
[그래픽=서울경찰청]

정부와 서울시, 경찰이 대회 일정과 코스를 함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같은 지역에 통제가 집중되지 않도록 하고, 우회 교통과 응급차 이동 경로를 사전에 검증해야 한다. 주민에게도 통제 구간뿐 아니라 실제 이동 가능한 경로를 충분히 알려야 한다. 주최 측 역시 안전과 청소, 교통대책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마라톤 개최 횟수를 무조건 줄이는 것만으로 해결할 일은 아니다. 도시 외곽이나 공원 중심의 코스를 늘리고, 주요 도심 대회는 일정과 규모를 조정하는 방안도 있다. 어떤 대회를 어디에서 열 것인지는 행사 주최자의 희망보다 시민 전체의 편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러닝 열풍을 탓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달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시민을 갈라 세워서는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같은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뛰는 자유도, 이동하는 자유도 존중받아야 한다.

도로를 잠시 빌릴 수는 있다. 시민의 일상까지 빌릴 수는 없다. 러닝 붐이 도시의 자랑으로 남으려면 결승선 밖에 있는 사람들의 시간도 함께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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