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생활경제

[유통의 손익계산서①] 수조원 팔아도 남는 돈은 적다…대형마트의 '마진 전쟁'

정보운 기자 2026-11-05 16:52:29

이마트·롯데마트, 수조원대 매출에도 2분기 적자…고정비 부담에 수익성 제약

통합매입·PB 확대로 원가 절감 총력…가격 경쟁력과 판매마진 확보 병행

트레이더스는 흑자 행진…창고형 할인점·점포 효율화로 수익구조 차별화

[사진=Chat GPT]

[경제일보] 국내 대형마트업계가 수조원대 매출에도 수익성 확보에 고전하고 있다. 상품을 팔아 남긴 마진에서 인건비와 물류비, 점포 운영비 등이 빠져나가는 구조인 만큼 매출 확대가 곧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에 주요 업체들은 통합매입과 자체브랜드(PB) 확대, 점포 효율화를 통해 수익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수조원 팔아도 적자…고정비 부담에 발목 잡힌 대형마트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할인점의 올해 2분기 총매출은 2조79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27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은 57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 마트 사업부도 매출 1조3295억원으로 2.6% 증가했으나 37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국내 마트 사업만 보면 422억원 적자다.

두 업체의 적자는 2분기에 집중되는 부동산 보유세와 롯데마트의 희망퇴직 비용 등 일시적 요인도 반영된 결과다. 실제 이마트 할인점은 상반기 누적으로 5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큰 매출에도 분기 손익이 비용에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점은 대형마트의 수익구조를 보여준다.

대형마트는 제조사와 공급업체에서 상품을 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그 차액을 기본 수익으로 확보한다. 그러나 판매가격에서 매입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이 모두 영업이익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매장 인건비와 임차료, 전기료, 상품 운송비, 판촉비 등을 추가로 지출해야 하며 특히 신선식품은 유통기한이 짧아 재고가 쌓일수록 폐기손실이 커진다.

고정비 부담은 점포 규모가 클수록 두드러진다. 매장에 고객이 적게 방문해도 인력과 시설을 유지하는 비용은 발생한다. 일정 수준의 운영비를 감당하려면 안정적인 고객 유입과 판매량을 확보해야 하지만 경쟁업체보다 가격을 낮추는 과정에서 상품별 마진이 줄어드는 딜레마도 생긴다.
 
통합매입·PB 확대 승부수…원가 절감으로 수익성 확보
수익성 개선의 출발점은 매입원가를 낮추는 것이다. 이마트는 할인점, 트레이더스, 이마트에브리데이의 구매 물량을 묶는 통합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대량 발주로 제조사와의 협상력을 높이고 상품 조달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마트의 2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다. 일반 할인점 적자를 트레이더스와 에브리데이 실적이 보완한 결과이기도 하다.

통합매입은 유통채널 간 중복 비용을 줄이고 원가 절감분을 수익성 개선과 가격 경쟁력 강화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업체가 원가 절감분을 판매가격 인하에 투입하면 이익률 개선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

유통사가 직접 기획하는 자체브랜드(PB) 상품 역시 제조사 브랜드와 차별화하고 중간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높이는 수단이다. 이마트는 '노브랜드'와 '피코크'에 이어 5000원 이하 상품으로 구성한 '5K프라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에서 판매하는 5K프라이스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4000만개를 넘어섰다.

롯데마트 역시 '오늘좋은'과 '요리하다'를 강화하며 올해 1~9월 PB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고 5000원 이하 PB 상품 매출은 37% 증가했다. 다만 초저가 PB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와 별개로 개별 상품 마진이 낮아질 수 있어 판매량 증가에 맞춰 매입원가와 재고를 관리해야 실제 이익으로 이어진다.
 
트레이더스는 흑자…창고형 할인점·점포 효율화로 수익구조 차별화
같은 대형마트 안에서도 사업모델에 따라 수익성은 엇갈린다.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는 2분기 총매출 9927억원, 영업이익 34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일반 할인점보다 작지만 영업손익은 좋았다. 대용량·묶음 상품과 단독 상품에 집중하고 창고형 진열을 활용하는 운영 방식이 수익성 차이를 설명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트레이더스는 구매 단위를 키우고 차별화 상품을 늘리는 방식으로 객단가와 매입 효율을 높이고 있다. PB 'T스탠다드'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했다. 반면 일반 할인점은 소량 구매부터 다양한 생활용품까지 폭넓은 장보기 수요를 충족해야 해 동일한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결국 점포 형태와 상권에 맞춘 상품 운영이 필요한 이유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비용 관리의 중요성도 커진다. 이마트의 '고래잇 페스타', 롯데마트의 '통큰데이' 같은 행사는 고객 유입을 늘리지만 할인분을 매입원가 절감과 추가 구매로 상쇄하지 못하면 마진이 줄어든다. 특히 행사 상품만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 경우 매출 증가와 수익성 개선이 엇갈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기존 점포의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는 일부 점포를 쇼핑·체험 공간을 결합한 '스타필드 마켓'으로 바꿔 고객 방문과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점포를 새로 늘리는 대신 기존 공간의 집객력을 높여 고정비 부담을 분산하려는 시도다. 다만 리뉴얼에 투입되는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방문객 증가가 실제 구매와 이익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형마트의 수익성은 판매 규모보다 매입·운영 과정에서 비용을 줄이고 상품별 이익을 확보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상품 소싱과 매입 구조 개선으로 확보한 원가 경쟁력을 상품 개발과 가격, 할인행사 등에 재투자해 고객 유입과 구매 빈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PB 경쟁력 강화와 점포 효율화에 집중하는 한편 광고·데이터 연계 사업 등 새로운 수익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