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는 대신 현장에서 전기를 만들어 쓰겠다는 오라클의 초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상이 환경 인허가에 발목을 잡혔다. 자체 발전설비의 대기오염 심사가 길어지면서 건물을 짓고도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커졌다.
블룸버그통신과 현지 매체들은 5일(현지시간) 미국 뉴멕시코주 ‘프로젝트 주피터’의 전력 인프라 개발사 유카그로스인프라스트럭처(YGI)가 대기오염 허가 결정 시한을 연장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프로젝트 주피터는 뉴멕시코주 남부 도냐아나카운티 산타테리사에 조성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이다. 오라클이 오픈AI에 제공할 연산 인프라로, 블룸에너지의 천연가스 기반 연료전지를 활용한 현장 발전설비가 핵심 전력원이다.
차질이 생긴 부분은 데이터센터 건물 자체가 아니라 전기를 공급할 발전설비의 허가다. YGI와 주 환경당국은 지난 3일 공동 신청서를 내고 12월 7일로 예정된 공청회와 관련 절차를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YGI는 그동안 고수했던 11월 23일 허가 결정 시한도 포기했다.
현지 매체 서치라이트뉴멕시코는 이로 인해 심사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다른 현지 매체 오르간마운틴뉴스는 5일 오전 기준 공청회 취소를 승인한 명령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새로운 공청회와 최종 승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심사가 길어진 배경에는 발전설비 설계와 배출량 추정치 변경이 있다. 오라클과 YGI는 주 환경당국의 기술적 질의와 주민 의견을 반영해 지난달 발전설비 운영계획을 수정했다.
오라클은 10월 15일 발표에서 연료전지의 운전 출력을 제한하는 조건을 추가하면 허가상 예상 배출량을 약 35%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은 연간 약 880만t에서 570만t으로 낮아진다는 추산이다. 데이터센터의 계획된 정보기술(IT) 용량은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다.
그러나 바뀐 계획은 다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대기오염과 용수 사용, 정보 공개 문제를 제기해 왔다. 기존 전력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자체 발전이 별도의 환경심사와 지역사회 협의라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사업 규모로 거론되는 1650억달러도 장기 계획에 해당한다. 지난해 9월 체결한 카운티와 개발사 간 양해각서에는 최초 5년간 최소 500억달러를 투자하고, 30년의 금융조달 기간에 걸쳐 최대 1650억달러를 투자하는 구상이 담겼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당장 투입하는 단일 건설비가 1650억달러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라클은 주 환경당국이 유사한 신청서를 승인할 때와 같은 기준으로 공정하게 심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가동 이후 대기·소음·열·빛·용수 사용 정보를 공개하고 독립적인 검증을 받는 체계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치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당선된 데브 할랜드 뉴멕시코 주지사가 내년 취임하면 허가 담당 기관의 인선과 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이번 일정 변경 요청은 선거 결과가 나온 뒤 새 정부가 내린 규제 조치가 아니라, 기존 신청서 수정과 기술 검토 과정에서 제기됐다.
5일 뉴욕증시에서는 AI 투자 둔화 우려에 기술주가 동반 하락한 가운데 블룸에너지가 16.4%, 오라클이 6.96% 떨어졌다. 인허가 소식에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 악화가 겹쳤다.
주피터의 사례는 현장 발전설비를 확보하는 방식에도 가동 시점의 불확실성이 남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체 발전계획을 실제 전력 공급으로 연결하려면 발전설비 허가와 연료 공급, 건설·시운전 절차까지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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