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국제

이란, 호르무즈 '재봉쇄' 압박…美·이란 협상 시작 전부터 흔들린다

선재관 기자 2026-06-21 13:24:08

美 "해협 열려 있다" 봉쇄 부인…55척·1700만배럴 통항 확인

레바논 전선·이스라엘 작전이 최대 변수…트럼프는 '통행료 카드' 맞불

18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과 인접한 이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경제일보]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후속 협상이 시작 전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은 실제 봉쇄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해협 통항이 계속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이란이 세계 에너지 병목 해역을 협상 카드로 다시 꺼내 들면서 스위스 협상장의 긴장도는 높아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와 군 지휘부는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레바논 군사작전이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란 측은 이번 조치를 미국과 이스라엘의 약속 이행을 압박하기 위한 첫 단계로 규정했다.

미국은 즉각 봉쇄 주장을 일축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같은 날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 선박 통항이 유지되고 있다며 55척의 상선이 해협을 통과했고 1700만배럴 이상의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현장 감시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밴스 부통령도 “해협은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의 법적·군사적 통제권보다 시장의 체감 위험이다. 이란이 봉쇄를 선언하지 않아도 선사와 보험사, 에너지 기업이 위험을 크게 보면 통항은 줄어들 수 있다. 이미 최근 중동 긴장 속에서 선박 운항은 정상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란의 재봉쇄 선언이 실제 물리적 차단보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압박 카드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안은 미국과 이란이 지난 17일 서명한 종전 양해각서 이행과 직결돼 있다. 양측은 60일간 이란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 등을 협상하기로 했지만 레바논 전선이 다시 흔들리면서 협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압박해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멈추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스위스 협상에 나서는 미국 측도 레바논 변수를 최우선 의제로 다룰 수밖에 없다. JD 밴스 부통령은 협상에서 핵 문제와 함께 이스라엘·레바논 휴전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와 이란 대표단, 중재국 관계자들도 스위스에서 후속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레바논 남부 케나리트에서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사진=AFP 연합뉴스]

최대 변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레바논 군사작전 의지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자국군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레바논 남부에서 군사적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작전이 이란과의 평화 프로세스를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안보 우려를 이유로 물러서지 않을 경우 협상은 다시 교착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압박에 ‘통행료 카드’로 맞섰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60일 협상 기간 동안 통행료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는 예외라고 밝혔다. 합의가 불발되면 미국이 중동 국가들의 해상로를 보호해 온 비용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이란이 60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행에 비용을 매길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데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제해협의 통행료 부과는 법적·외교적 논란이 큰 사안이다. 실제 제도화 가능성보다는 협상 국면에서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 성격이 강하다.

미국 정치권의 비판도 트럼프 행정부에는 부담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MOU가 이란에 지나친 양보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은 제재 완화와 원유 수출 여지를 얻었고 미국은 핵 프로그램과 레바논 전선 관리에서 아직 구체적 성과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군사적으로 약화됐다고 주장하며 합의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번 호르무즈 재봉쇄 논란은 미국·이란 협상의 본질을 드러낸다. 합의문은 만들어졌지만 핵과 제재, 이스라엘 안보, 헤즈볼라, 에너지 해상로라는 난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해협이 실제로 막혔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이란이 언제든 해상로를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스위스 협상의 첫 과제는 핵합의 문구가 아니라 호르무즈와 레바논의 불씨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느냐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