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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빚투의 악순환, 증권사와 감독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송정훈 기자 2026-10-19 10:42:53

신용융자 33조원대 재확대…사전 경고에도 반복된 위험 축적, 감독 실효성 따져야

[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증시가 급락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반대매매다.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자가 담보유지비율을 지키지 못하면 증권사는 약정에 따라 보유 주식을 처분한다. 주가 하락이 담보 부족을 부르고, 반대매매가 추가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구조다.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마다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도 신용거래 위험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7057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 초 약 27조4000억원까지 줄었던 잔고가 두 달여 만에 6조3000억원가량 늘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빚을 활용한 투자가 상당한 규모로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신용융자 자체가 잘못된 금융거래는 아니다. 투자자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금을 빌릴 수 있고, 증권사는 관련 규정과 계약에 따라 신용을 제공한다. 반대매매 역시 담보 부족에 대응하는 정상적인 위험관리 절차다. 그러나 신용거래가 빠르게 확대되고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다면 그 위험이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
 
금융당국의 역할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지난 6월 24일 증권사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간담회에서 신용융자와 미수거래 증가에 따른 위험을 경고했다. 당시 주요 10개 증권사의 일평균 반대매매 규모는 지난해 100억2000만원에서 올해 5월 373억6000만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에 기계적인 위험관리에서 벗어나 시장 상황을 고려한 선제적 대응체계를 구축하라고 주문했다. 투자자가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수거래가 발생하거나 이를 사실상 유도하는 영업 관행도 자제하도록 했다.
 
감독당국이 위험을 몰랐거나 아무런 경고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사전 경고 이후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관리가 얼마나 개선됐는가. 위험이 다시 누적되는 과정에서 감독과 점검은 실효성 있게 작동했는가.
 
경고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감독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신용융자 증가율과 담보 부족 계좌, 종목별 신용거래 집중도 등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위험이 커지는 구간에서 적절한 대응이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감독의 성과는 발표한 대책의 숫자보다 실제 위험을 얼마나 줄였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신용융자는 증권사에 이자 수익을 가져다주는 금융서비스다. 그러나 수익을 얻는 만큼 신용공여에 따르는 위험을 관리할 책임도 무겁다. 고객의 상환 능력과 담보자산의 변동성, 특정 종목에 대한 신용거래 집중도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특히 급락장에서 투자자가 감당할 손실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용거래를 이용하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자기자금 투자보다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담보 부족이 발생했을 때 추가 납입 기한과 반대매매 조건, 실제 처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계약서에 관련 내용을 적어 놓았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다. 투자자가 핵심 위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거래 이후에도 담보 부족과 강제 처분 가능성을 적시에 통지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다만 반대매매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해법은 아니다. 담보 부족 상태를 방치하면 투자자의 손실이 더 커지거나 증권사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반대매매를 무조건 막는 조치가 아니라 신용공여 단계에서 위험을 줄이고, 처분 절차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다.
 
개인투자자의 책임 역시 분명하다. 빚을 내 주식을 사는 결정은 수익을 확대할 기회를 얻는 동시에 손실 위험도 키우는 선택이다.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대출을 늘리거나 담보유지 조건과 이자 부담을 충분히 계산하지 않았다면 그 판단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이나 증권사가 모든 투자 손실을 보전할 수는 없다.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은 자본시장의 기본이다. 그러나 자기책임을 강조하는 것과 금융회사의 설명 의무, 감독당국의 위험관리 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치권도 신용거래 관련 제도의 실효성을 살펴야 한다. 국회는 증권사별 신용공여 위험관리 체계와 반대매매 절차, 투자자 보호 조치가 현장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이 위험을 경고한 이후 어떤 조치를 취했고, 증권사들이 이를 얼마나 이행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제도 개선은 시장의 안정성과 투자자의 선택권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는 정상적인 신용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반대로 위험이 빠르게 누적되는데도 형식적인 경고에 그친다면 감독의 존재 이유를 묻게 된다.
 
무엇보다 위험이 커지는 시점과 규제가 작동하는 시점 사이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 특정 종목이나 투자자군에 신용거래가 과도하게 집중되는지를 살피고, 필요하다면 증권사별 위험관리 기준과 스트레스 테스트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증시 변동성이 모든 신용거래의 위험을 현실화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감독 실패나 증권사의 위법행위가 확인됐다고 볼 근거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사전 경고 이후에도 신용융자 잔고가 다시 33조원대로 확대됐다는 사실은 기존 관리체계가 충분했는지 점검할 이유가 된다.
 
시장이 오를 때는 신용거래의 편익이 부각되고, 급락할 때는 반대매매의 고통이 드러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투자자의 책임만 강조하는 처방에는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은 위험을 얼마나 일찍 파악하고 관리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증권사는 신용공여의 수익에 상응하는 위험관리와 설명 책임을 다해야 한다. 투자자 역시 빚을 활용한 투자의 손실 가능성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빚투의 악순환을 끊는 출발점은 손실이 발생한 뒤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다. 위험이 커지는 과정에서 누가 무엇을 알고 있었고, 어떤 조치를 취했으며, 그 조치가 실제로 작동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자본시장의 신뢰는 그 책임을 분명히 할 때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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