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현대자동차그룹이 생산·정비·판매 등 주요 사업의 인공지능(AI) 전환 성과와 현장 적용 경험을 국내 산업계에 공개했다. 2029년 하반기부터는 새만금 AI 데이터센터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장 이상을 활용해 자율주행·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전날 서울 양재 본사에서 국내 기업 정보기술(IT) 담당 임원과 미디어를 대상으로 '소프티어 테크톡 오프데이 2026'을 개최했다.
소프티어 테크톡은 현대차그룹 IT 임직원들이 한 해 동안 수행한 프로젝트와 기술 개발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다.
이번 행사에서는 AI 전환(AX) 과정에서 확보한 성과뿐 아니라 실제 업무에 기술을 적용하면서 발생한 문제와 해결 과정, 향후 개선 과제까지 다뤘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AI 여정을 위한 준비', 'AI를 통해 얻은 비즈니스 성과', 'AI의 미래' 등 3개 대담 세션으로 진행됐다. 각 세션에는 그룹 내 IT·AI 분야 임원과 실무자들이 참석해 주요 사례를 소개했다.
현대차그룹은 AI 도입에 앞서 업무 방식과 데이터 관리 체계를 개선하는 디지털 전환(DX)을 추진해 왔다. 클라우드 기반 협업 환경과 업무 관리·지식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조직별로 분산된 정보와 업무 기록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 및 IT 시스템의 관리 책임도 일원화하고 부서 간 정보 활용 체계를 정비했다.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 약 1200만대의 커넥티드카에서 수집한 차량 센서 데이터 약 140PB(페타바이트)를 확보했다.
또한 수십 개 법인의 고객·품질·판매 관련 정보를 7000개 이상의 데이터 파이프라인으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생성형 AI 활용도 확대했다. 2023년 도입한 사내 플랫폼 '에이치 챗(H Chat)'은 현재 그룹 임직원 70% 이상이 업무에 사용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는 자율주행과 수소 등 국가 핵심기술 관련 업무에도 H Chat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적용 범위를 넓혔다. 국외 기술 이전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분야에서도 정부 방침을 준수하면서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보안 기준을 마련했다.
AI의 실제 사업 적용에서는 공통 플랫폼 구축과 현업 부서의 신뢰 확보, 데이터 관리 체계 개선에 집중했다.
기존에는 부서별로 검색과 챗봇, AI 에이전트 기능을 개별 개발했지만 이를 공통 플랫폼으로 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보다 빠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생산 현장에서도 AI 운영 방식을 개선했다. 차량 조립 순서의 오류를 확인하는 차량 식별번호(VIN) 인식 AI는 공장마다 별도로 운영하던 모델을 하나로 통합해 현재 국내외 73개 공정에서 활용하고 있다.
판매 부문에서는 담당자가 직접 작성하던 차량 수요 계획을 AI가 먼저 제안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전환했다. 정비 분야에는 공식 매뉴얼을 근거로 점검 정보를 제공하는 AI를 도입해 정비사가 결과를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사내 정보 검색 시간도 단축했다. 각 부서가 업무 데이터를 직접 최신 상태로 관리하는 통합 검색 체계를 구축하면서 기존 약 10분이 걸리던 정보 확인 시간을 20초 수준으로 줄였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AI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사내 운영 체계와 인프라 확충에도 나선다.
우선 비개발자 임직원이 AI를 이용해 제작한 업무 도구를 조직 내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 '에이치 런치(H-Launch)'를 이달 선보일 예정이다. 개인 PC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내 서비스로 배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AI 에이전트에 대한 관리 체계도 마련한다. 업무 시스템과 연동되는 에이전트마다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활동 내역을 기록해 운영 과정의 통제력을 높일 계획이다. 데이터 삭제 등 복구가 어려운 작업에는 담당자의 승인 절차를 적용한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개발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4분기부터 대규모 GPU 자원과 자체 개발 AI 플랫폼을 활용해 'GPU 서비스(GPUaaS)' 운영 기반을 구축한다. 이후 서비스 규모와 자동화 수준을 높여 2029년 하반기부터 새만금 AI 데이터센터에서 GPU 1만장 이상을 활용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대규모 연산 자원이 필요한 연구개발 조직에 GPU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고, AI 모델 개발과 운영을 지원할 방침이다.
진 사장은 "어떤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빠르게 활용해 사업 성과로 이끌어내는 조직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잊고, 다시 배우는 조직을 만들어 다음 기술 혁신에도 앞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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