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SK하이닉스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와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할 미국 신규 생산시설의 필요성은 유지하면서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을 다시 검토한다. 외부 자본으로 투자 부담을 나누고 주주환원 여력을 확보하려던 구상은 다른 조달 방안을 찾는 단계로 넘어갔다.
SK하이닉스는 23일 공시를 통해 “해외 종속회사인 솔리다임은 생산능력 확대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자본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프리IPO 및 기업공개에 대한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제시한 중단 배경은 금융시장 변동성과 반도체 기업의 주가 조정이다. 당초 기대했던 기업가치와 조달 조건을 확보할 수 있는지, 현시점 상장이 기존 주주에게 유리한지를 다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별도 설명자료에서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이나 투자 필요성이 달라졌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출범했다. 현재 사업의 중심은 AI 데이터센터에 사용하는 대용량 기업용 SSD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한다면, SSD는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역할을 맡는다.
솔리다임은 최대 122.88테라바이트(TB) 용량의 ‘D5-P5336’ 등 고용량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AI와 머신러닝, 빅데이터 분석 등 읽기 작업이 많은 환경을 주요 용도로 제시한다. SK하이닉스는 기존 생산시설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IPO 검토에는 이 투자비를 SK하이닉스 내부 자금만으로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깔려 있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 공식 뉴스룸에서도 HBM과 서버용 D램, 기업용 SSD 등 여러 사업의 투자 수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무 여력이 충분하더라도 모든 투자에 내부 현금을 쓰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회사가 기대한 IPO 효과는 크게 두 가지였다. 솔리다임이 외부 자금을 직접 조달하면 연결 기준 현금 유입이 늘고, SK하이닉스가 부담할 투자재원을 줄여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할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별도 상장을 통해 솔리다임의 성장 잠재력이 평가받으면 SK하이닉스 기업가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이러한 효과는 조달 가격과 지분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신주 발행으로 자금을 유치하면 투자재원은 늘지만 기존 주주의 솔리다임 지분율은 낮아진다. 확보한 자금으로 늘릴 미래 이익과 지분 희석으로 나누게 될 경제적 이익을 함께 따져야 하는 구조다.
솔리다임 상장 가능성이 알려진 뒤 제기된 중복상장 우려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 설명에서 관련 우려를 언급하면서 외부 자본 활용과 내부 현금 투입이 기존 주주의 경제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중단 발표 역시 시장 상황과 기존 주주 이익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결정으로 상장에 따른 지분 희석 논의는 일단 멈췄지만 생산능력 확충에 필요한 자금 수요는 남는다. 내부 자금을 투입하면 다른 사업의 시설투자·주주환원과 배분을 조정해야 하고, 차입을 활용하면 이자와 상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어느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투자 속도와 재무 부담도 달라진다.
SK하이닉스는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조달 방식을 검토하면서 솔리다임의 성장과 기존 주주 이익을 함께 높일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는 미국 신규 생산시설의 투자금액과 착공 시점, IPO를 대체할 구체적인 조달 방식은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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