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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LG'도 '패션' 지운 LF 외형 키운 52년… 내실 다지기 시험대

정보운 기자 2026-11-03 07:59:36

2014년 '생활문화기업' 도약 선언

식품·금융·부동산까지 사업 확장

비패션 성장가능성·투자부담 상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LF 본사 전경 [사진=LF]

[경제일보] LF의 지난 52년은 패션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해온 역사다. 1974년 반도패션으로 출발해 닥스·마에스트로·헤지스를 키운 회사는 이제 식품 유통과 부동산 금융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상징적인 전환점은 2014년 4월 1일이다. LG패션은 사명을 'LF'로 바꾸며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LF는 'Life in Future(미래의 삶)'의 약자로 회사 이름에서 'LG'와 '패션'을 떼어내며 의류 판매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미 식품사업을 시작했던 LF가 사업 다각화의 방향을 기업 정체성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닥스·마에스트로로 다진 기반…헤지스로 넓힌 세계 무대
LF의 전신인 반도패션은 1974년 반도상사 패션사업부문으로 출범했다. 1983년 영국 브랜드 닥스를 도입하고 1986년 자체 남성복 마에스트로를 선보이며 해외 브랜드 운영과 독자적인 상품기획 역량을 쌓았다. 닥스가 전통적인 클래식 수요를 공략했다면 마에스트로는 한국 남성의 체형과 착용감을 고려한 정장으로 차별화했다. 2000년 출시한 헤지스는 정장 중심에서 프리미엄 캐주얼로 사업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회사는 1995년 LG패션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6년 LG상사에서 분할된 데 이어 2007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됐다. 독립 이후 브랜드와 유통망을 확대하면서 2007년 7000억원대였던 매출은 2013년 약 1조4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2015년에는 온라인 패션기업 트라이씨클을 인수해 하프클럽·보리보리 등을 확보하며 백화점과 가두점에 의존하던 판매 접점을 온라인으로 넓혔다. 브랜드를 직접 육성하는 역량과 고객층별로 판매 경로를 세분화하는 전략이 현재 패션사업의 기반이 됐다.

패션 본업도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2007년 중국에 진출한 헤지스는 올해 1월 상하이에 해외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데 이어 9월 홍콩에도 첫 매장을 냈다. 중국·대만·베트남·러시아 등 해외 매장은 9월 기준 880여개에 달하며 지난해 국내외 합산 브랜드 매출은 현지 파트너사 판매 실적을 포함해 1조원을 넘어섰다.

과거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성장 기반을 다졌던 LF가 이제는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옷장 넘어 식탁·금융으로…'탈패션'의 확장
비패션 사업의 출발점은 2007년 설립한 LF푸드다. 외식사업에서 시작해 모노마트를 통한 식자재 유통, 하코야 등 가정간편식으로 영역을 넓혔다. 이후 식품 제조업체 인수와 계열사 통합을 통해 식자재 소싱부터 제조·유통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2025년에는 소스·시즈닝 업체 엠지푸드솔루션을 인수하고 식자재 유통 계열사를 통합해 제조와 유통의 연결을 강화했다. 패션과 달리 원가·물류·재고 관리가 수익을 좌우하는 분야에 진출한 만큼 운영 효율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2019년에는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하며 부동산 금융에도 진출했다. 신탁·리츠·자산운용을 새로운 수익 축으로 확보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코람코자산신탁 지분을 추가 취득해 보유율을 78.56%로 높였다.

부동산 관련 투자 영역은 데이터센터 개발·운영사업으로도 확대됐다. 다만 데이터센터는 초기 투자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크고 투자금 회수에도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다. 패션에서 식품·금융으로 사업 영역이 넓어진 만큼 새로운 수익 기회와 함께 업종별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도 커지고 있다.
 
외형 키운 다각화, 수익성은 온도차…내실 다지기 시험대
성과는 2026년 상반기 실적에서 확인된다. LF의 연결 매출은 9273억원, 영업이익은 8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 19% 증가했다. 내부거래 조정 전 사업별 매출은 패션 6913억원, 식품 1823억원, 금융 842억원이다. 패션이 중심을 유지하는 가운데 식품과 금융이 외형을 보완하는 구조다. 다만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0.4% 줄어 상반기 전체의 성장세가 매 분기 이어진 것은 아니다.

상반기 세전이익은 패션사업 662억원, 금융사업 239억원을 기록하는 등 사업별로 수익성이 엇갈렸다. 식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 10억원 세전손실에서 올해 65억원 세전이익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금융 세전이익은 9.6% 감소했다.

식품 매출 역시 0.6% 줄어 흑자 전환과 별개로 외형 성장에는 한계를 보였다. 특히 데이터센터 개발·운영에 참여한 케이스퀘어데이터센터PFV는 상반기 17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비패션 사업이 이익을 보완할 가능성과 투자 부담이 동시에 나타난 상황이다.

옷장에서 식탁, 부동산 시장까지 넓어진 LF의 사업 영토는 이제 확장의 속도보다 내실이 중요해졌다. 헤지스의 해외 진출이 패션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식품사업의 흑자 전환은 수익구조 개선의 성과를, 금융사업의 실적 변동은 다각화에 따른 부담을 드러냈다. 반세기 넘게 사업의 경계를 허물어온 LF가 이제는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의 경쟁력을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해야 할 시점이다.

LF 관계자는 "LF의 핵심 경쟁력은 변화하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시장 흐름을 읽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해 온 역량"이라며 "앞으로도 패션 본업의 브랜드 경쟁력과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사업의 전문성과 수익성을 높여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중장기 기업가치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11월 3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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