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기업의 채용 면접장에 인공지능(AI)이 등장하고 있다. 지원자는 화면에 나타난 질문에 답하고, 기업은 AI가 분석한 결과를 채용에 활용한다. 수많은 지원자를 짧은 시간에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에는 반가운 기술이다. 그러나 면접 화면에 나타난 몇 분간의 모습으로 한 사람의 장래까지 판단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채용은 지금 잘하는 사람을 가려내는 일이면서 앞으로 잘할 사람을 찾아내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AI 채용은 국내 기업의 인사 업무에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응답 기업 396곳의 21.7%가 채용 절차에 AI를 도입했다. 기업들은 서류 검토와 역량검사, 면접 평가 등에 기술을 활용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있다. 채용 담당자의 주관이나 선입견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지난 9월 청년층 고용률은 44.0%로 전년 같은 달보다 1.1%포인트 떨어졌다. 청년 실업률은 5.4%로 0.6%포인트 상승했다. 첫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청년들은 기업이 요구하는 자격과 경력을 갖추는 데 이어 AI의 평가 방식까지 익혀야 한다. 취업을 위해 쌓아온 경험보다 알고리즘에 얼마나 능숙하게 대응하는지가 합격을 좌우한다면 채용의 취지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평가 항목의 타당성도 중요하다. 일부 AI 면접은 지원자의 표정이나 말투, 음성 등을 분석에 활용한다. 그러나 긴장한 상황에서 말을 더듬는 사람이 업무에서도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면접관 앞에서 유창하게 답변하는 능력과 실제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차이가 있다. 기업이 측정하기 쉬운 행동을 직무능력의 척도로 삼는다면 정작 필요한 역량을 놓칠 수 있다.
기업 현장에서는 학벌과 경력이 뛰어난 사람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대로 처음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직원이 경험을 쌓으며 핵심 인력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실패를 극복한 경험이나 낯선 업무를 익히는 속도, 동료와 신뢰를 쌓아가는 태도는 정해진 질문에 대한 답변만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신입사원 채용에서 현재의 완성도만 평가한다면 성장할 여지가 큰 청년들이 기회를 잃을 수 있다. 기업으로서도 인재를 발굴할 기회를 스스로 좁히는 셈이다.
AI 평가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 역시 기업이 감당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37조의2는 일정한 요건 아래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설명요구권과 거부권 등을 인정하고 있다. 인사 담당자가 AI가 매긴 점수를 사실상 그대로 받아들여 불합격을 결정했다면 그 평가가 어떤 근거로 이뤄졌는지 따져볼 수 있어야 한다. 채용에 기술을 도입했다는 이유로 판단의 적정성을 검증할 책임까지 알고리즘에 맡길 수는 없다.
해외에서도 채용 AI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채용과 근로자 선발에 활용하는 AI를 원칙적으로 고위험 분야로 분류했다. 미국 뉴욕시는 자동화된 채용 도구에 대해 편향성 감사를 실시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채용의 효율을 높이더라도 차별 가능성을 검증하고 평가 과정에 대한 책임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내 기업들도 AI 도입 실적을 앞세우기에 앞서 평가 항목이 실제 직무성과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기업은 채용을 통해 과거의 성적표가 아니라 앞으로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한다. 지금은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배움과 도전을 통해 조직의 핵심 인력으로 성장할 청년들이 있다. AI가 그 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면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놓치고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할 수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과 채용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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