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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빚으로 쌓은 바벨탑의 경고…정부와 금융권 책임 법제화해야

송정훈 기자 2026-10-30 15:30:00

주담대 금리 14년 5개월 만에 최고…총량 관리 넘어 차주 상환능력 살펴야

스트레스 DSR·채무조정 제도 보완하고 정책·대출심사 책임 명확히 해야

[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빚으로 쌓아 올린 자산의 바벨탑이 흔들리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4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빚을 내 집을 마련한 가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저금리 시절 감당할 만했던 원리금도 금리가 오르면 무거운 짐이 된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만으로 무리하게 차입한 개인의 판단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문제를 개인의 선택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부동산 경기와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대출 규제를 조정해 온 정부, 대출 확대 과정에서 이익을 얻은 금융회사의 책임도 함께 따져야 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29일 발표한 9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88%였다. 2012년 4월 이후 가장 높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5.11%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5%를 넘어섰다. 가계대출 평균금리도 연 4.96%에 달했다. 신규 대출에 적용된 평균금리인 만큼 기존 차주의 부담이 일제히 이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대출금리 상승이 가계의 소비 여력과 신규 차입 능력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확대에 크게 의존해 왔다. 저금리와 집값 상승 기대가 맞물리면서 청년층과 무주택 가구의 차입도 늘었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주요 영업 기반으로 삼았고, 정책 당국은 부동산 경기와 금융 안정 사이에서 대출 규제를 강화하거나 완화했다. 그 과정에서 장기적인 부채 관리 원칙이 일관되게 유지됐는지는 되돌아볼 대목이다.
 
물론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성과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85.1%로, 2021년 3분기 99.1%에서 낮아졌다. 명목 경제 규모가 커진 영향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총량 지표의 개선이 모든 가계의 상환 부담 완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채 비율이 낮아져도 소득이 정체되거나 금리가 오르면 취약 차주의 사정은 악화될 수 있다. 정부는 부채 총량뿐 아니라 가계별 상환능력과 연체 위험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금융권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은행이 대출을 취급할 때 차주의 현재 소득만으로 상환능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향후 금리 상승과 소득 감소, 생활비 증가까지 고려해야 한다. 대출의 위험을 충분히 설명했는지도 중요하다. 금융회사가 이자 수익을 얻는 만큼 대출 심사와 소비자 보호에 필요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금리 상승 자체를 금융회사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문제 삼아야 할 것은 금리 변동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고 알렸는지 여부다.
 
이제 가계부채 대책은 일시적인 총량 규제나 은행권의 자율적인 상생 선언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다. 이미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대출상품의 적합성 판단과 설명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미래 금리 상승 위험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도 시행 중이다. 먼저 이들 제도가 대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책임은 더욱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뿐 아니라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 취약 차주 연체율 등을 함께 관리하는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주요 지표의 변화와 정책 효과를 정기적으로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원인과 시정계획을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 정책의 성과와 실패가 담당자나 정권의 교체와 함께 흐려져서는 안 된다.
 
금융회사의 대출 심사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지 않거나 실제 상환 부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영역은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가 상환능력 평가나 위험 고지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현행 제재와 손해배상 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해야 한다. 반복적인 위반이 확인된다면 제재 기준을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다만 정상적인 대출 영업까지 위축시키지 않도록 책임의 범위와 요건은 명확히 정해야 한다.
 
취약 차주의 재기를 돕는 제도 역시 보완할 과제다. 2024년 시행된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연체 채무자가 금융회사에 직접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연체이자 부담과 과도한 추심을 줄이는 장치도 마련됐다. 그러나 제도의 존재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채무자가 실제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지, 금융회사의 심사와 처리 과정이 합리적인지, 지원이 필요한 시점에 이뤄지는지 점검해야 한다.
 
특히 일시적인 소득 감소나 실직으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가 장기 연체에 빠지기 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금리 조정 등 기존 지원 수단의 접근성을 높이고, 금융·고용·복지 상담을 연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지원 대상은 상환 의지와 능력, 자산 상황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무분별한 채무 탕감은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을 훼손하고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고위험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금융회사에는 위험 수준에 맞는 충당금 적립과 자본 관리가 필요하다. 다중채무자와 취약 차주의 위험을 조기에 파악하는 체계도 정교하게 운영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문제가 발생한 뒤 제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위험이 축적되는 단계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개인의 책임도 분명하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상환능력을 넘어선 대출을 받았다면 그 판단에 따른 부담을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정부·금융회사의 관리 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가계부채가 경제 전체의 위험으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은 정책 당국과 금융권의 공동 과제다.
 
빚은 미래의 소득을 앞당겨 쓰는 수단이다. 생산적인 투자와 안정적인 주거 마련에 도움이 되지만, 상환능력을 넘어설 때는 가계와 경제를 동시에 흔든다. 정부는 부채 총량 관리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취약 차주의 상환 부담을 살펴야 한다. 금융권은 대출 실적 못지않게 심사와 위험 관리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회도 기존 법률의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필요한 보완 입법에 나서야 한다.
 
가계부채 연착륙은 대출을 무조건 줄이거나 빚을 일률적으로 탕감하는 방식으로 이룰 수 없다. 빌려줄 때는 상환능력을 엄격히 따지고, 어려움이 발생하면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정부와 금융권의 책임도 그 과정에서 분명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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