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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관 칼럼] 로봇은 사람 곁에 설 준비가 됐나

선재관 기자 2026-11-02 14:39:03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AI 페스타 2025 개막식 행사에서 세계 최대 휴머노이드 로봇 타이탄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경제일보] 공장에서 로봇이 무거운 부품을 옮기는 모습을 보면 기술의 진보를 실감한다. 그런데 배달로봇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거나 병원 복도를 지나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편리하겠다는 기대와 혹시 부딪히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동시에 든다. 기술의 성능과 사람의 신뢰는 다른 문제다.

인공지능(AI)이 화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주변을 인식하고 판단해 기계를 움직이는 피지컬 AI다.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던 로봇이 낯선 상황에도 대응하도록 진화하고 있다. 로봇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중소제조 피지컬 AI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스마트제조혁신에 5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AI 도입 중소기업을 600곳에서 6000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9일 서울에서는 엔비디아와 국내 주요 기업들이 로봇 학습과 산업 적용 사례를 선보인다. 기술 경쟁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로봇을 얼마나 많이 보급할 것인가에 비해 사람들이 그 로봇을 얼마나 믿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공장에서는 작업자의 안전이 먼저다. 로봇이 사람을 얼마나 잘 알아보느냐보다 예기치 않게 움직였을 때 즉시 멈출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병원이나 돌봄시설이라면 기준은 더 까다롭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돕는 로봇이 실수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 카메라와 센서가 수집한 생활 정보는 어디까지 저장하고 누가 볼 수 있는가.

기술을 만든 기업과 로봇을 운영하는 기관, 현장 관리자의 책임도 구분해야 한다. 사고가 났을 때 제조사는 사용법을 탓하고 운영사는 기계 결함을 주장한다면 피해자는 갈 곳이 없다. 안전시험과 운행기록, 보험과 배상 기준은 제품을 팔고 나서 정할 일이 아니다.

일자리 문제 역시 피할 수 없다.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로봇에 맡기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에게 아무 설명 없이 로봇을 들여놓고 생산성 향상만 강조하면 반발은 당연하다. 어떤 업무가 바뀌고 누가 새 장비를 관리할지, 기존 인력을 어떻게 재교육할지부터 논의해야 한다. 로봇에 대한 신뢰는 홍보 영상이 아니라 일터의 합의에서 생긴다.

정부는 보급 대수와 투자액 외에 안전성과 현장 적응을 성과 지표로 삼아야 한다. 기업도 시연 행사에서 보여준 동작보다 실제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실패와 사고를 숨기지 않고 개선하는 경험이 쌓여야 사람들도 로봇을 받아들인다.

한국은 제조업과 산업용 로봇 활용에서 강점을 가진 나라다. 이를 생활 속 신뢰로 연결한다면 피지컬 AI는 인력난을 덜고 위험한 작업에서 사람을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사람들의 불안을 기술에 대한 무지로 치부한다면 확산 속도만큼 거부감도 커질 것이다.

휴머노이드가 걷고 뛰는 영상은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로봇이 사람 곁에서 안전하게 멈추고, 사고가 나면 책임을 분명히 하며, 일터에서 사람과 협력하는 일은 아직 풀어야 할 숙제다.

로봇을 만드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 로봇을 믿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로봇의 다음 시험장은 전시장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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