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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쉬었음' 청년의 경고…일자리 사다리, 법으로 복원하라

한석진 기자 2026-11-05 10:21:49

단기 지원으로 통계만 관리하는 정책 끝내야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하고 재도전 기회 보장해야

서울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모습.[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청년층의 '쉬었음'이 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9월 고용동향에서 15~34세 '쉬었음' 인구는 54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취업도 구직도 하지 않는 청년을 개인의 나태함이나 눈높이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첫 직장이 임금과 경력을 좌우하고, 중소기업에서 시작하면 더 나은 일자리로 옮기기 어려운 노동시장이라면 청년의 이탈은 사회가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는 청년에게 일자리를 찾으라고만 할 일이 아니다. 일할 만한 일자리를 만들고 경력을 쌓을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단기 수당과 일회성 취업 프로그램으로 통계만 관리하는 정책은 한계가 뚜렷하다. 청년 고용정책을 현금 지원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으로 바꿔야 한다.

먼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복지 격차부터 줄여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쌓은 경력이 다른 기업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면 청년은 처음부터 대기업과 공공기관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기업 규모가 아니라 직무와 숙련도를 기준으로 경력을 인정하는 표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임금·복지 개선을 지원하되 청년 고용 유지와 근로조건 개선을 조건으로 걸어야 한다. 지원금만 받고 청년을 조기 퇴사시키는 기업에는 환수와 지원 제한을 적용해야 한다.

직업훈련도 취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첨단 제조업 등 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기업과 대학, 훈련기관이 함께 가르치고 채용까지 연결해야 한다. 정부 지원금은 교육 인원이나 수료 실적이 아니라 실제 취업률과 고용 유지율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 부실 교육과 취업 실적 부풀리기를 반복하는 기관은 지원을 끊어야 한다.

구직을 중단한 청년에게는 다시 일어설 기회를 줘야 한다. 청년도전지원사업과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따로 운영하는 데 그치지 말고 상담과 직업훈련, 현장 경험, 취업 알선을 한 흐름으로 묶어야 한다. 장기간 일자리와 교육에서 멀어진 청년을 조기에 찾아 지원하고, 재취업 과정에서 생활이 무너지지 않도록 안전망도 갖춰야 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포기하지 말라는 훈계가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제도다.

공공부문부터 책임을 보여야 한다.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청년고용 의무비율 3% 제도는 올해 말 유효기간이 끝난다. 제도를 연장하고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의무비율만 채우는 형식적 채용이 아니라 전문·기술직과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민간기업 지원도 채용 인원에 그치지 말고 정규직 전환과 장기근속, 임금 수준을 따져야 한다.

현행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도 청년고용 대책과 취업지원, 직업훈련의 근거는 있다. 새 구호와 사업을 늘릴 때가 아니다. 정부는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고용의 질과 유지율을 공개해야 한다. 국회는 예산 집행액이 아니라 정책 성과를 따지고, 실효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고쳐야 한다.

'쉬었음' 청년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동안 일자리 사다리는 무너지고 있다. 청년에게 도전하라고 말하기 전에 도전할 만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시작해도 경력을 인정받고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하며, 취업에 실패해도 다시 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 고용은 선거 때마다 내놓는 지원책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노동시장의 문을 넓히고 일자리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더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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