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정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과세를 2029년으로 2년 늦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투자 손실을 이후 3년간 발생한 이익에서 차감하는 손실 이월공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해외 거래정보 확보와 제도 정비를 위해 시간을 더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면 네 번째 과세 유예가 된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정부에 추가 유예를 공식 요청한 데 이어 정부도 시행 연기 방침을 내놨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당초 2022년이던 시행 시점은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세 차례 밀렸다. 이번에도 연기되면 법 제정부터 시행까지 약 8년이 걸린다.
이 부총리는 거듭된 유예를 무겁게 생각한다면서도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원칙은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추가 준비기간을 활용해 2029년에는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과세체계는 가상자산 양도·대여 대가에서 취득가액과 수수료 등 필요경비를 뺀 연간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기본공제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소득세 20%,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22%를 적용한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기본공제 확대 방침은 내놓지 않았다.
새로 추진하는 핵심 제도는 손실 이월공제다. 현행 체계에서는 같은 해 발생한 가상자산 이익과 손실은 합산하지만, 남은 손실을 다음 해 소득에서 빼지는 못한다. 첫해 손해를 크게 보고 이듬해 일부를 만회해도 두 번째 해에는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안은 손실 발생 이후 3년간 이익에서 해당 손실을 공제하도록 한다. 예컨대 2029년에 발생한 손실은 2030~2032년의 가상자산 소득에서 차감할 수 있다. 제도를 3년만 운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만희 재경부 세제실장은 기본공제 250만원을 먼저 적용한 뒤 남은 금액에서 이월손실을 차감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가 유리한 연도를 임의로 골라 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후 과세 대상 이익이 생기면 순차적으로 적용한다는 취지다.
과세 시행 전에 이미 팔아 확정한 손실은 이월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 시행 전에 사서 계속 보유한 가상자산은 실제 취득가액과 시행 직전 시가 가운데 높은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취득가액에 따라 향후 매도 시 손익이 달라지는 만큼 거래기록 확인이 중요해진다.
추가 유예의 주된 이유는 해외 거래와의 과세 형평성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가상자산 과세정보 교환이 2029년부터 이뤄질 전망이어서 내년부터 과세하면 국내 시장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는 사업자가 보고한 거래정보를 납세자 거주지 과세당국과 교환하는 제도다. 한국은 2027년까지, 미국은 2029년까지 첫 교환을 시작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정부는 국가별 정보 확보 여건을 점검하고 국내외 자료를 연계·분석할 계획이다.
정부는 과세 유예와 손실 이월공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함께 처리하도록 추진한다. 이와 별도로 민관합동 실무팀을 구성해 내년 상반기까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추가 입법 사항은 내년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세부 과세 기준은 2028년 상반기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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