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딥인사이트

[선재관 칼럼] AI 시대에도 낡은 교실에 갇힌 대한민국

선재관 기자 2026-11-06 09:01:18
인공지능(AI)이 교육과 산업 전반을 바꾸고 있지만, 국내 학교는 여전히 암기와 정답 중심의 입시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생성형AI]

[경제일보] 학생들은 이미 인공지능(AI)과 공부한다.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고, 영어 문장을 고치고, 어려운 개념을 설명해 달라고 한다. 대학생들은 AI로 자료를 찾고 보고서의 초안을 만든다. 학교 밖 세상은 이렇게 달라지고 있다. 그런데 교실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방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해진 내용을 외우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 정답을 골라내는 일이다.

AI가 답을 만들어주는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정답을 잘 찾는 학생을 길러내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는 이 간극을 보여준다. AI를 수업에 활용하는 교사는 늘었지만 학교의 준비는 충분하지 않았다. 낡은 기기와 불안정한 인터넷 환경, 부족한 교사 지원이 문제로 지적됐다. 고등학교에서는 수능 중심의 입시 구조 때문에 AI를 활용한 새로운 수업을 시도하기도 쉽지 않았다.

우리는 한때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실을 바꿀 것처럼 기대했다.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했지만 교육 효과와 준비 부족을 둘러싼 논란 끝에 법적 지위는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바뀌었다. 교실의 변화를 기기와 소프트웨어 보급에서 찾으려 했던 정책의 한계를 돌아볼 대목이다.

교실에 AI를 들여놓는다고 교육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 AI로 완성한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정작 그 내용을 자기 말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무엇을 배웠다고 할 수 있는가. 반대로 AI가 제시한 답의 오류를 찾아내고 다른 근거를 제시한 학생은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하는가. 이제 학교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그렇다고 암기와 기초학습이 쓸모없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기본 지식이 없으면 AI의 답이 틀렸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렵다. 읽고 쓰고 계산하는 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 위에서 의심하고 비교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AI가 대신 작성한 문장을 이해하는 것과 스스로 생각해 문장을 쓰는 것은 다른 일이다.

문제는 입시다. 대학이 여전히 몇 점 차이로 학생을 줄 세우는 한 학교도 쉽게 바뀌기 어렵다. 교사에게 토론과 탐구 수업을 하라고 주문하면서 정작 학생의 진학은 정답을 얼마나 맞혔는지로 결정한다. 학부모가 새로운 교육을 반기다가도 시험이 가까워지면 문제집을 찾는 이유다. 교실의 낡은 질서는 교사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교육부는 AI 교육 확대를 말하기 전에 평가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 결과물뿐 아니라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과 근거를 확인하는 수업이 필요하다. 대학도 학생이 무엇을 외웠는지만큼 무엇을 이해하고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평가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교사가 그런 수업을 준비할 시간과 지원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교육 격차도 걱정스럽다. 누구에게나 AI가 주어진다고 같은 교육을 받는 것은 아니다. 어떤 학생은 AI를 개인 교사처럼 활용하지만 어떤 학생은 숙제를 대신 시키는 데 그칠 수 있다. 가정의 경제력과 디지털 활용 능력이 새로운 학력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교육이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들은 이미 AI를 활용해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다. 신입사원에게도 단순한 지식보다 문제를 이해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능력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학교가 과거의 평가 방식만 고집한다면 졸업장을 받은 청년들은 사회에 나가 다시 배워야 한다. 교육에 들인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AI는 교육을 바꿀 기회다. 교사는 반복적인 설명에서 벗어나 학생 한 사람의 이해를 더 세심하게 살필 수 있고, 학생은 자신의 속도에 맞춰 배울 수 있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일은 새로운 기계를 들여놓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우리는 AI 강국을 말하면서 학교에는 여전히 과거의 성공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은 스스로 판단하는 기계를 만들고 있는데 교육은 정해진 답을 잘 고르는 사람을 길러내는 데 익숙하다.

AI 시대의 교육개혁은 교실에 무엇을 더 설치할 것인가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부터 바꿔야 한다. 그 질문을 외면하는 한 우리 교실의 시간은 AI 시대에도 과거에 머물 것이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