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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부족'으로 세 번 미룬 코인 과세…2029년엔 달라질까

선재관 기자 2026-10-26 09:06:05

해외 거래 포착 한계에 추가 유예론…국내외 형평성과 과세 원칙 충돌

美 정보교환 참여만으론 한계…손실공제·거래별 기준·검증 일정 함께 정해야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2026년도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가상자산 과세가 네 번째 유예 기로에 섰다. 해외 거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시행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과세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이다. 그러나 세 차례 연기하고도 준비 부족이 반복되면서 시행일 조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커지고 있다. 쟁점은 세금을 언제 걷느냐에서 누구의 소득을 어떤 기준으로 확인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전날 추가 유예 보도에 “검토 중이며 관련해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현행 시행일은 2027년 1월 1일이다. 연간 양도·대여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금액에 지방소득세 포함 22%를 부과한다. 2020년 도입 결정 후 세 차례 미뤄졌으며 추가 연기에는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유예 논의가 되풀이되는 배경에는 가상자산의 거래 구조가 있다. 국내 거래소에서 산 코인을 개인 지갑이나 해외 플랫폼으로 옮길 수 있고, 원화로 바꾸지 않은 채 다른 코인과 교환하기도 한다. 한 사업자의 자료만으로 투자자의 전체 손익과 취득가액을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과세당국의 자료 확보와 투자자의 신고를 연결하는 검증 체계가 중요한 이유다.

유예론은 여기서 출발한다. 국내 거래소 자료는 확보하면서 해외 소득의 누락을 찾아내지 못하면 성실 신고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 반면 이를 이유로 과세 전체를 늦추면 국내에서 확인 가능한 고액 수익도 과세하지 않게 된다. 가상자산 투자자 사이의 형평성과 다른 소득 납세자와의 형평성이 맞서는 셈이다.

여당에서도 2029년 시행을 겨냥한 법안이 나온 것은 해외 정보교환 일정과 관련이 있다. OECD의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에서 한국은 2027년까지, 미국은 2029년까지 첫 교환을 시작하기로 했다. 여야의 유예론에 청와대 검토까지 더해져 추가 연기 가능성은 커졌다.

그러나 2029년을 과세 준비가 끝나는 시점으로 보기는 어렵다. CARF는 사업자가 수집한 거래정보를 과세당국 간 교환하는 장치다. 국가별 과세 범위나 손익 계산법을 통일하지 않으며, 정보가 들어와도 실제 납세자의 신고와 대조하는 작업은 남는다.
 
사진은 지난 8월 21일 서울 빗썸라운지 강남본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해외에서도 정보교환과 과세를 같은 시점에 시작하지는 않는다. 영국은 가상자산 처분이익에 이미 과세하면서 CARF에 따른 첫 사업자 보고를 2027년에 받도록 했다. 국제 공조의 완성을 기다릴지, 신고·검증 체계를 먼저 운영하며 보완할지는 정책 선택의 문제다.

국내에서는 과세소득을 계산하는 기준도 쟁점이다. 스테이킹 보상과 디파이 거래의 소득 분류, 여러 플랫폼을 거친 자산의 취득가액 산정 등에 구체적인 안내가 필요하다. 기준이 불명확하면 거래소마다 자료 처리 방식이 달라지고 투자자의 신고 오류와 분쟁도 늘어날 수 있다.

손실 이월공제 부재는 장기간 투자 성과와 연도별 과세 사이의 괴리를 만든다. 시행 후 첫해 1000만원을 잃고 다음 해 같은 금액을 벌어도 전년도 손실을 넘겨 공제하지 못한다. 누적 손익은 0원이지만 다음 해에는 기본공제를 뺀 750만원에 165만원의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는 해외 자료를 더 확보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유예의 효과도 구분해야 한다. 당장 과세 대상 이익을 실현하는 투자자는 부담을 덜지만 손실을 본 투자자의 이월공제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과세 시행 전 보유분은 실제 취득가액과 2026년 말 시가 중 높은 금액을 인정하도록 돼 있어, 기존 투자자의 누적 수익 전부에 세금을 매기는 구조도 아니다.

향후 당정 협의와 국회 심사에서는 시행 연기에 제도 보완을 얼마나 결합하느냐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유예가 확정되면 거래소와 과세당국은 준비 시간을 확보하지만, 구체적인 이행 의무가 없으면 시스템 구축과 기준 정비도 함께 늦어질 수 있다.

정부는 새 시행일과 함께 해외 자료 확보 범위, 거래별 과세 지침, 손실공제 검토 결과, 거래소 시스템 시험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국회도 날짜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준비 상황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29년이 해법이 되려면 그때까지 무엇을 완성할지부터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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