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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감사 끝나면 책임도 끝나나…지적사항 이행부터 점검하라

경제일보 2026-10-26 09:22:59

여야 공방보다 중요한 것은 시정조치

국회·정부, 처리 결과 공개하고 후속 검증 강화해야

[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국정감사의 성적표는 회의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이 제기한 문제를 정부가 얼마나 바로잡았는지,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구조를 개선했는지가 평가 기준이다. 또 잘못된 행정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를 고쳤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다. 그러나 국감이 끝나면 지적사항에 대한 관심마저 식는 일이 반복된다면 행정부를 감시하라는 헌법적 권한도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올해 국감이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국회와 정부가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지적사항의 후속 처리다.
 
국회는 26일 법제사법위원회와 국방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등 4개 상임위원회에서 종합감사를 진행한다. 지난 6일 시작된 국감은 이번 주 외교통일위원회와 국회운영위원회 등의 일정을 거쳐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동안 사법부 관련 현안과 정부 인사 문제, 안보정책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했다. 정치적 책임을 따지는 일도 국회의 역할이지만, 공방 자체가 국정감사의 성과일 수는 없다.
 
올해 법사위에서는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정조사와 탄핵 추진 논란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당은 사법부에 대한 검증과 책임 규명을 강조했고, 야당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국방위에서는 비무장지대의 지뢰 위협과 군의 대응 문제가, 다른 상임위에서도 정부 정책과 인사 문제 등이 논의됐다. 쟁점마다 정치적 입장과 법적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 그럴수록 국회는 확인된 사실과 의혹, 정책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구분해야 한다. 주장만 남고 검증이 빠진 국감은 행정부를 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정감사의 본령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잘못을 찾아 바로잡는 데 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6조는 국회가 감사 결과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항에 대해 변상이나 징계, 제도 개선, 예산 조정 등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와 해당 기관은 요구받거나 이송된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국회 역시 보고된 처리 결과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국감 이후까지 책임을 묻도록 법적 절차가 마련돼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절차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작동하느냐다. 국회가 시정을 요구하고 정부가 처리 결과를 제출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제도를 고쳤다고 보고했지만 현장의 업무 관행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다. 관련 규정을 개정했더라도 집행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해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국회는 제출된 보고서를 검토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실제 개선 여부까지 확인해야 한다.
 
우선 상임위원회별로 국감 시정 요구사항의 처리 현황을 국민에게 알기 쉽게 공개하는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적 내용과 담당 기관, 이행 기한, 조치 결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처리 상태도 완료와 진행 중, 미이행으로 구분하되 완료 판단의 근거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공문을 발송하거나 개선계획을 수립했다는 이유만으로 시정이 끝났다고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국감 이후 정기적인 점검도 중요하다. 상임위원회가 일정 기간마다 주요 시정 요구사항의 이행 상황을 확인하고, 조치가 지연되는 사안은 그 이유를 따져야 한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문제라면 입법 일정과 연결하고,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라면 재정 부담과 정책 효과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기관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면 추가 자료를 요구하거나 관계자를 불러 확인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다만 모든 지적사항에 일률적인 이행 기한을 적용하기보다 사안의 성격과 법적 절차를 고려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국감을 일시적인 대응 업무로 여겨서는 안 된다. 잘못이 확인됐다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개선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반대로 국회의 지적이 사실과 다르거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면 관련 자료를 제시해 설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회의 감시를 존중하는 것과 근거 없는 주장까지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확한 사실관계 위에서 책임을 가려야 행정의 신뢰도 지킬 수 있다.
 
여야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여당은 정부를 방어하는 데 치우쳐 정당한 문제 제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야당 역시 의혹 제기 이후의 사실 확인과 제도 개선에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감장에서 상대를 몰아붙이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정책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같은 사안에는 같은 검증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국회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국감 결과는 곧이어 진행될 예산안 심사와 입법 활동에도 반영돼야 한다. 예산 집행의 부실이 드러난 사업은 원인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예산과 관리체계를 조정해야 한다. 법률의 허점이 문제라면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감에서 지적한 문제를 예산심사와 입법 과정에서 다시 살피는 것만으로도 후속 관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국민이 국정감사에 기대하는 것은 정치인의 질책이나 일회성 폭로가 아니다. 잘못된 행정이 고쳐지고, 국민의 부담이 줄어들며, 공공기관이 더 책임 있게 운영되는 변화다. 국회와 정부가 그 결과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질의와 답변을 주고받았더라도 국감의 성과를 자랑하기 어렵다.
 
국정감사는 끝나도 시정 책임은 남는다. 올해 국회가 지적한 문제를 내년 국감에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면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달라지지 않았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국감의 성적표를 작성하는 것은 의원들의 발언이 아니라 그 이후의 조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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