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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데스크 칼럼] 착공 숫자에만 매달리는 3기 신도시, 집만 짓고 길과 일자리는 언제 만들려나

한석진 기자 2026-10-21 16:45:45
3기 신도시 현장시찰 나선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3기 신도시 물량의 90퍼센트를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치솟는 집값과 전세난에 지친 무주택 서민과 청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지 모른다. 하지만 오랜 기간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행정 현장을 지켜본 입장에서 이 숫자가 주는 무게감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착공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는 뜻일 뿐, 당장 국민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이 완성되었다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1기와 2기 신도시가 들어설 때도 정부는 늘 화려한 공급 숫자를 앞세웠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파트 단지는 금세 솟아올랐지만, 서울로 이어지는 철도와 도로는 입주한 지 수년이 지나도록 제자리를 걸었다. 분양 대금에 이미 수조 원의 광역교통개선분담금이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부처 간 칸막이와 지자체의 인허가 갈등 속에 길 뚫는 일은 항상 뒷전으로 밀렸다. 김포 골드라인의 숨 막히는 출근길이나 동탄과 검단 주민들이 입주 초기에 겪어야 했던 극심한 교통난은 행정의 무책임이 낳은 뼈아픈 실패 사례다.


지금의 3기 신도시 역시 이 오래된 폐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양주 왕숙이나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주요 지구에서 사전청약을 받았던 수많은 당첨자가 본청약 지연으로 속을 태우고 있다. 문화재가 발굴되거나 법정보호종이 발견되어 공사가 멈춰 서고, 자잿값과 인건비가 치솟으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민간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이유로 첫 삽조차 제때 뜨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공사비가 오르니 당초 약속했던 분양가는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로 뛰었고, 결국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에 당첨을 포기하는 서민들까지 속출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90퍼센트 착공이라는 목표만 다그치면 현장은 어긋날 수밖에 없다. 숫자를 채우기에 급급해 보상이나 기반 시설 문제가 덜 복잡한 곳부터 밀어붙이게 되고, 정작 막대한 예산과 정교한 조율이 필요한 광역급행철도(GTX)나 지하철 연장 사업은 또다시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땅만 파놓고 정작 공사는 지지부진하거나, 허허벌판에 아파트만 덩그러니 지어놓고 입주민들에게 몇 년씩 불편을 감수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약속을 어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진정한 주거 안정은 공급 물량을 채우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도시 안에서 온전히 삶을 꾸릴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데서 출발한다. 아침마다 두 시간씩 만원 버스와 지하철에 시달리며 서울로 출근하고 밤늦게 잠만 자러 돌아오는 도시는 서울의 집값 수요를 결코 분산시키지 못한다. 판교가 성공한 신도시로 꼽히는 이유는 아파트를 많이 지어서가 아니라,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일할 수 있는 탄탄한 기업 터전을 함께 일구었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가 거대한 잠자리 도시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일자리와 교통망이 주택 입주 시점에 맞춰 함께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지자체장이 바뀌거나 선거철이 다가올 때마다 남발되는 보여주기식 기업 유치 양해각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양해각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기업이 실제로 땅을 매입하고 공장과 연구소를 세울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과감한 규제 완화를 법과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철도와 도로 역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라는 구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해마다 공사가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예산은 제때 투입되고 있는지 소상히 공개하고 지연될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분명히 가려야 한다.


집을 짓고 도시를 만드는 일은 한 정권의 실적을 채우기 위한 단기 사업이 아니다. 청년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하고, 출퇴근길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며,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삶의 터전을 닦는 백년대계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착공 비율을 앞세워 성과를 홍보하려는 유혹을 내려놓아야 한다. 공사가 왜 늦어지는지, 치솟는 분양가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입주 날 아침 주민들이 타고 갈 전철은 제때 개통될 수 있는지부터 정직하게 점검하고 해답을 내놓는 것이 행정이 지켜야 할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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